[농수축산신문=송형근 기자]
청년인구 유입을 중심으로
농촌혁신 주도할 새로운 주체 육성
국민 최저수준 이상 생활 서비스 제공 위한
중앙 정부·공공기관·해당 지역 주민 등
노력 필요
농촌 지역 혁신 위해
가용자원 한계 극복하고
다양한 지역여건 반영된 시도 확산돼야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클러스터론’과 함께 ‘지역혁신론’이 활발히 논의됐지만 농촌 지역의 혁신과 발전에 대해서는 크게 다뤄지지 않았다.
현재 농촌 지역은 인구 고령화와 지역 인구 감소에 따른 활력 저하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 채 정체 내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 고령화 인구감소 극복 위한 균형 발전 절실
통계청 2019 고령자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768만5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4.9%를 나타내고 있다. 이를 지역별로 구분해 전국 82개 군을 대상으로 살펴보면 90.2%인 74개 군의 고령화율이 20%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으며, 고령화율이 30% 이상인 군도 40개에 달했다.
이에 따라 저밀도 경제에 대한 관심과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비대면 경제의 부상이라는 여건 변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지만, 인구와 경제활동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현재의 구조적 취약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대적 역할 기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농협경제연구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청년농업인 육성 및 조합원 유입 확대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으로 전체 조합원 211만 명 중 40세 미만 청년 조합원은 3만714명으로 전체 조합원 중 1.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축협 조합원 구성으로 봤을 때 전체 13만674명의 조합원 중 65세 이상 조합원이 6만163명으로 46%를 차지한 반면 40세 미만 청년 조합원은 4547명으로 3.5%에 불과했다.
품목 축협 조합원 구성은 전체 1만1001명의 조합원 중에서 65세 이상 조합원이 4183명으로 38%를 차지한 반면 40세 미만 청년 조합원은 605명으로 5.4%에 불과해 높은 고령화율을 보였다.
이상문 전국축협운영협의회장(의성축협 조합장)은 “미허가축사 적법화 과정을 거치며 많은 축산농가들이 농장 운영을 포기하면서 축산 조합원은 상당수 감소했고 갈수록 강화되는 환경 규제 등으로 인해 조합원 수 감소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속가능한 축산을 위해 청년 축산 조합원을 활발히 유치함으로써 조합원 고령화 문제를 극복해 나가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많은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밝혔다.
정문영 천안축협 조합장은 “현재 청년 축산인들을 위한 지원 정책을 보면 보통 초기 정착을 위한 자금 지원에 편중돼 있는데 성장 단계별로 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며 “또한 이들이 자리를 잡은 이후에도 향후 조합에서 판로확보를 위해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며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교육 등을 실시해 꾸준히 고령화 극복을 위한 청년 축산인 육성에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영일 서울대 명예교수는 “농촌 지역의 역할 변화와 혁신을 위해서는 적어도 농촌 지역의 혁신, 농업기술 혁신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그중 농업기술 혁신은 디지털기술 적용을 통한 정밀농업으로의 전환, 즉 ‘스마트농업화’를 통해 생산의 획기적 증가, 생산물의 품질 개선, 투입의 절감, 친환경적 생산체계의 확립 등을 촉진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 농업생산 능력 확충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농지전용 억제와 보전 강화, 새로운 작부체계의 개발 등 정책의 지속적인 추진을 통해 지나친 식량공급의 대외 의존도를 완화해가야 한다는 것이다.
농촌 지역 혁신은 고령화와 인구감소에 대한 근본적 대책으로 청년 인력의 인구 유입을 중심으로 농촌 혁신을 주도할 새로운 주체를 육성하고, 이들이 지닌 지식과 경험을 농촌에서 활용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 여건을 체계적으로 갖춰 나가며 인구 소멸 문제 해결에 대처해야 한다.
정 교수는 “귀농귀촌 논의는 소규모 마을 단위의 접근을 넘어 적어도 면 단위 또는 2~3개 면 지역을 포괄하는 기초생활권의 일자리·소득, 주거, 교육, 문화, 의료, 교통 등 국민최저수준 이상의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민간부문, 해당 지역 주민 등의 노력을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며 “농촌 지역 혁신을 위해서는 농촌 지역이 지닌 가용자원의 한계를 극복하고 도시와 농촌 간의 상생협력이 긴밀히 이뤄져야 하며 다양한 지역여건이 반영된 다양한 유형의 시도가 확산돼야 한다”고 밝혔다.
# 농촌 마을 활성화, 적극 행정 수반돼야
인구 유입을 위한 농촌 발전을 위해서는 결국 중앙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 행정이 이뤄져야 한다.
정책적 제도 실행에 있어서 사전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과제가 선정되거나 현장 교육 방식 문제 등으로 인해 지역 주민들이 제도에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
지자체 행정 공무원들은 수시로 바뀌는 사업지침과 계속되는 신규 사업으로 인한 과도한 업무량, 수직적 조직 구조로 인한 업무 추진의 한계, 사업 시행 이후 진행되는 사후 감사에 대한 부담 등에 대한 애로사항이 있다.
결국 정책이 바뀌지 않으면 농촌 지역 인구 유입은 여전히 어렵다는 이야기다.
구자인 충남연구원 마을만들기 지원센터장은 “농촌을 둘러싼 사회구조적 현실을 무시하고 그때그때 필요한 사업을 실시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낮은 지방자치 의식, 인구 급감과 초고령화, 주민 생활권 공동화, 농업 소득구조 양극화 등 농촌정책과 관련된 핵심사업들이 이런 구조적 현실을 반영하며 수립되고 있는지 반성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촌마을의 업무는 주민 실생활의 수요를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행정의 업무조정과 조직은 중앙 정부 업무 라인이 아닌 지역 특성에 맞도록 재편돼야 한다. 또한 정책 수요자인 주민 관점에서 정책 사업의 총괄조정과 연계협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원활한 농촌생활, 경제·생활·편의성 보장돼야
농경연은 2019년 도시 주민 2291명과 농촌 주민 1041명을 대상으로 ‘삶의 만족도와 자신이 꿈꾸는 버킷리스트 실행’ 등을 주요 내용으로 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이 조사에 응답한 도시민들 중 5년 내에 버킷리스트를 실행할 의향을 지니고 구체적으로 준비 중인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31%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 가운데 45%는 농촌에서 자신의 희망을 실행하려고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중 945만 명이 농촌에서 버킷리스트 실행을 소망하며, 113만 명은 한 가지 이상의 구체적인 준비를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도시민의 농업·농촌의 역할에 거는 기대는 더욱 증대할 것으로 전망됐다.
농촌에서 버킷리스트를 실행하려고 준비 중인 사람들이 희망하는 농촌은 어떤 모습인지 조사한 결과는 △다양한 일자리 창출과 소득 기회 △쾌적하고 편리한 주거·생활환경 △아름다운 농촌 경관 조성 △공동체가 살아있는 농촌 △의료·교육의 질 증대 △편리한 대중교통 △농촌의 휴양, 관광 기능 강화 등의 순서로 응답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송미령 농경연 선임연구위원은 “농촌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경제활동 기회와 생활환경, 편의성이 보장되는 것이 필요하다”며 “동시에 농촌다운 특성이 살아 있는 경관도 중요한 요소로 조사됐으며, 농촌에서 버킷리스트 실천을 준비 중인 도시민들이 필요한 정책 지원 사항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 도농공동체 우수 모델 발굴 중요
2013년 이후 귀농·귀촌 인구이동은 계속 확대돼 매년 50만 명 전후를 유지해왔다. 농촌 정주 수요를 높이기 위해서는 농촌 정주환경을 보완하고 사회적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도농공동체 구성의 우수모델을 발굴해 농촌 인력 증진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남 영광군의 여민동락 공동체는 노인 비율이 40%로 대표적인 고령화 지역인 영광군 묘량면에서 활동하는 지역공동체 조직이다.
2007년 이 지역에 귀촌한 세 쌍의 부부가 자립적인 지역복지 공동체 형성을 지향하며 노인복지센터를 연 것이 계기가 돼 주간보호센터 운영, 재가노인복지활동 등을 추진하면서 출발했다.
주민 복지활동에서 시작해 현재는 교육, 일자리, 생활서비스, 문화 등의 제반 영역으로 활동 범위가 확대됐다. 여민동락 공동체가 처음 지역에 자리잡은 이후 자립적 생활이 가능한 노인들이 일할 수 있는 협업농장을 운영하며 2009년 설립한 가공공장에서 협업농장의 농산물을 이용해 모싯잎 송편을 생산·판매했다. 2011년부터는 동락점빵을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폐업한 지역 소매점을 대신해 생필품, 식재료를 이동 판매하는 사회서비스를 운영한 것이다. 동락점빵은 2014년부터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또한 2011년부터 마을학교를 운영했는데, 여기서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물리치료, 민요, 한글교실, 미술교실 등의 프로그램을 실시하며 주민들의 여가증진에 중점을 뒀다.
여민동락 공동체의 활동은 영광군 묘량면 내 폐교 위기에 처했던 지역의 작은 학교를 살리는 기적을 낳기도 했다. 한 때 학생수가 12명까지 줄어들며 폐교 위기에 처했던 초등학교를 학부모와 지역단체가 협력해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77명까지 증가하기도 했다.
농촌 공동체 재생을 목표로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진행하면서 젊은 가구 또한 늘어났다.
충남 홍성군의 사례도 주목할 만한 사례다.
홍성군 장곡면에 소재한 ‘젊은협업농장’은 농사 경험이 없고 지역 내 연고가 없는 청년들이 농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농업활동을 포함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지역사회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지역 풀무학교 교사 출신 대표가 2012년 착수한 ‘쌈채소 재배 농장’에서 출발해 2013년 젊은협업농장이라는 이름으로 협동조합을 출범하면서 청년농업인을 육성하는 농장으로 활동을 개시했다.
여기에서는 농장에서 1~2년 정도 청년들에게 농사일을 가르친 뒤 독립시켜 자신의 농장을 세워 운영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청년들의 원활한 정착을 위해 농업활동만이 아닌 마을 행사 등 농촌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에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그들이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
특히 2015년부터는 청년들이 농사만 지으면서는 가질 수 없었던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시작했고, 2017년에는 평민지역학교를 개설해 △유기농업 △역사인문학 △기초화학 △유기재배의 기초와 실제 △지역의 이해 등의 강좌를 운영해 청년들을 참여시키고 있다.
이처럼 젊은협업농장이 자리를 잡는데에는 홍성군 관내 지역사회 주체들의 도움도 컸다
